수학자들은 얼마나 돈을 벌고 싶었을까 — 물리학이 시장을 통째로 바꾼 이야기

이 영상은 베리타시움 한국어 채널에서 공개한 30분짜리 다큐멘터리이다. 물리학과 수학이 어떻게 금융시장의 규칙을 다시 쓰고, 결국 오늘날 수백조 달러 규모의 파생상품 시장과 인공지능 시대의 이미지 생성 기술까지 만들어 냈는지를 풀어놓는다. 시선은 개인 투자자의 매매 팁이 아니라 한 방정식이 400년에 걸쳐 어떻게 세상을 흔들었는지, 그리고 그 흐름 안에서 짐 사이먼스라는 수학자가 어떻게 역사상 가장 부유한 수학자로 자리 잡았는지에 맞춰져 있다. 이 리포트는 원본을 보지 않아도 전체 서사가 잡히도록 각 섹션의 논지를 인물·연도·핵심 개념 중심으로 재정리한 것이다.

핵심 요지 미리보기
· 30년 연평균 66% 수익률의 메달리온 펀드를 만든 짐 사이먼스는 트레이더가 아니라 리만 기하학으로 학회상까지 받은 수학자였다.
· 옵션 가격을 처음 수학적으로 풀어낸 사람은 1900년 파리 대학의 무명 박사 과정생 루이 바슐리에였고, 그 논문에는 훗날 아인슈타인이 재발견하는 브라운 운동의 수학이 이미 담겨 있었다.
· 블랙-숄즈-머튼 방정식은 옵션의 공정 가격을 최초로 명시적 공식으로 만들었고, 이 공식 하나가 수백조 달러 규모의 파생상품 시장 전체를 열었다.
· 시장 패턴을 완전히 밝혀내는 순간 그 패턴은 힘을 잃는다. 시장은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들에 의해 스스로 효율화되는 자기소멸적 시스템이다.
· 무작위 확산을 기술하는 같은 방정식이 오늘날 AI의 이미지·영상 생성 모델(Diffusion Model)의 심장에도 그대로 들어 있다.

목차

  1. 1. "이 방정식은 수십조 원짜리다" — 30분 다큐가 던지는 질문
  2. 2. 짐 사이먼스와 메달리온 펀드: 30년 연 66%라는 이상값
  3. 3. 아이작 뉴턴의 실패: 천체는 계산했지만 광기는 못 했다
  4. 4. 루이 바슐리에: 파리 증권거래소에서 태어난 랜덤워크
  5. 5. 옵션의 오래된 뿌리: 밀레토스의 탈레스와 올리브 압착기
  6. 6. 콜·풋옵션의 구조와 세 가지 장점
  7. 7. 효율적 시장 가설과 갈턴 보드: 개별은 무작위, 전체는 정규분포
  8. 8. 브라운 운동, 아인슈타인, 그리고 확산방정식의 재발견
  9. 9. 에드 소프: 블랙잭 카드 카운팅에서 델타 헤지까지
  10. 10. 블랙-숄즈-머튼 방정식과 파생상품 시장의 폭발
  11. 11. 게임스톱 사태로 본 옵션 레버리지의 실전 위력
  12. 12. 다시 짐 사이먼스: 냉전 암호 해독가가 만든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13. 13. 은닉 마르코프 모델과 효율적 시장 가설의 반박
  14. 14. 물리 공식이 AI 시대까지 바꿔놓은 이유
  15. 핵심 요약 (Takeaways)

1. "이 방정식은 수십조 원짜리다" — 30분 다큐가 던지는 질문

영상은 도발적인 화두로 시작한다. 화면에 뜬 하나의 방정식이 적어도 수십조 원의 가치가 있다고 단언한 뒤, 이 공식이 원자의 존재를 증명하고 열이 확산되는 원리를 밝히고 블랙잭에서 돈을 버는 방법까지 도출해 냈다고 소개한다. 곧이어 화자는 "주식으로 큰돈을 번 사람들 중에는 매일 시장에 앉아 있는 트레이더만 있는 게 아니다. 물리학자, 과학자, 수학자가 있다"고 선언하며 주제를 열어젖힌다. 30분 다큐의 진짜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편미분방정식이라는 사실을 초반에 이미 드러낸 셈이다.

수십조짜리 방정식

2. 짐 사이먼스와 메달리온 펀드: 30년 연 66%라는 이상값

서사의 문을 여는 인물은 짐 사이먼스(Jim Simons)이다. 1988년 수학 교수였던 사이먼스가 설립한 메달리온 인베스트먼트 펀드(Medallion Investment Fund)는 이후 30년 동안 매년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익을 기록했다. 연평균 수익률 66%. 이 숫자가 얼마나 비상식적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영상은 초기 자금 100달러가 30년 뒤 얼마가 되는지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 워런 버핏의 장기 연평균 수익률이 20% 초반대에 머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66%라는 값은 재무 이론이 아니라 물리학이나 사기 둘 중 하나로 설명되어야 하는 이상값에 가깝다. 사이먼스가 "역사상 가장 부유한 수학자"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가 여기 있다.

짐 사이먼스와 메달리온 펀드

3. 아이작 뉴턴의 실패: 천체는 계산했지만 광기는 못 했다

수학을 잘한다고 돈까지 잘 버는 것은 아니라는 반례로 아이작 뉴턴이 등장한다. 1720년, 77세의 뉴턴은 이미 케임브리지 교수와 왕립 조폐국장으로 상당한 재산을 모은 상태였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100억 원. 그는 이 재산을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주식에 걸었다. 노예 무역으로 사업이 잘 굴러가면서 주가가 두 배가 되자 4월에 익절했지만, 이후 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을 보고 6월에 재진입해 고점까지 사들였다. 곧 주가는 폭락했고, 뉴턴은 떨어질 때 더 매수하는 실수까지 겹쳐 재산의 상당 부분을 날린다. 훗날 그가 남긴 문장이 이 서사의 방향을 정한다. "나는 천체의 운동은 계산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이 자조가 시장을 수학으로 다루겠다고 나선 후대 학자들에게는 오히려 도전장으로 읽힌다.

아이작 뉴턴의 실패

4. 루이 바슐리에: 파리 증권거래소에서 태어난 랜덤워크

이 도전에 처음으로 응한 사람이 1870년생 프랑스 학자 루이 바슐리에(Louis Bachelier)다. 18세에 부모를 모두 여의고 아버지의 와인 사업을 잠시 맡았던 그는, 사업을 정리한 뒤 파리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생계 때문에 파리 증권거래소에서 일했는데, 그곳은 뉴턴이 말한 바로 그 "사람들의 광기"가 실시간으로 폭발하는 장면이었다. 수백 명이 호가를 외치고 손짓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눈 깜짝할 새에 거래가 체결됐다. 이 혼돈 속에서 바슐리에는 옵션이라는 계약에 주목했다. 지도교수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é)에게 옵션을 수학으로 다뤄 보겠다고 제안했을 때, 당시 학계 관행상 금융을 수학의 소재로 삼는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었다는 점에서 이 결정은 그 자체로 파격이었다.

루이 바슐리에

5. 옵션의 오래된 뿌리: 밀레토스의 탈레스와 올리브 압착기

영상은 옵션의 기원을 무려 기원전 600년경 밀레토스의 탈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탈레스는 그해 여름 올리브가 풍년일 것이라 예측했고, 그렇다면 압착기 수요가 폭발하리라 판단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압착기를 살 돈이 없었다. 대신 여름에 정해진 값으로 압착기를 빌릴 권리를 소액에 미리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그해 올리브가 대풍년이 되면서 압착기 대여료가 폭등했고, 탈레스는 미리 계약한 낮은 값으로 압착기를 빌린 뒤 높은 값에 재대여해 차익을 챙겼다. 기록에 남은 인류 최초의 콜옵션 행사 사례가 이렇게 만들어졌다. 요컨대 옵션은 21세기에 발명된 파생상품이 아니라, 인간이 미래 불확실성을 화폐로 바꾸는 오래된 방식이라는 것이다.

탈레스의 올리브 압착기

6. 콜·풋옵션의 구조와 세 가지 장점

이어지는 대목은 옵션 초보자를 위한 정리다. 콜옵션은 미리 정한 행사가격에 나중에 살 수 있는 권리이고(의무 아님), 풋옵션은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이다. 애플 주식 100달러 예시가 등장한다. 100달러 행사가의 1년 만기 콜을 프리미엄 10달러에 사면, 1년 뒤 주가가 130달러가 됐을 때 100달러에 사서 130달러에 파는 것으로 20달러 순이익이 난다. 반대로 주가가 70달러로 떨어지면 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지불한 10달러만 손실 처리하면 된다.

옵션의 세 가지 장점
1. 손실 상한이 정해져 있다. 주식 매수는 최악의 경우 원금 전체를 잃지만, 옵션은 프리미엄까지가 최대 손실이다.
2. 레버리지 효과가 있다. 같은 100달러 상승 구간에서 주식은 30% 수익이지만, 10달러 프리미엄으로 20달러를 벌었다면 수익률은 200%가 된다. 대신 손실 폭도 원금 전체일 수 있다.
3. 위험을 헤지할 수 있다. 특정 자산의 가격 하락 위험을 옵션으로 반대 포지션을 잡아 상쇄할 수 있다.

옵션 손익 그래프

7. 효율적 시장 가설과 갈턴 보드: 개별은 무작위, 전체는 정규분포

바슐리에는 옵션의 공정 가격을 매기기 위해 먼저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정의해야 했다. 그의 결론은 대담했다. 매수자와 매도자를 움직이는 변수 — 날씨, 정치, 신규 경쟁자, 기술 변화 — 를 사람이 모두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니 주가가 오를 확률과 내릴 확률을 매순간 50대 50으로 두고, 장기적으로 위아래로 무작위 이동하는 랜덤워크로 모델링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가정이다. 이 결론은 훗날 "합리적 기대가 가격에 즉각 반영되므로 미래 가격 변동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로 정식화된다.

화자는 이 개념을 갈턴 보드(Galton board)로 시각화한다. 삼각형으로 배열된 못 사이로 6,000개의 작은 구슬을 흘리면, 각 구슬은 못에 부딪힐 때마다 왼쪽·오른쪽 확률이 각각 50%이므로 개별 궤적은 예측 불가능하다. 그러나 판을 뒤집어 보면 놀랍게도 전체 구슬은 항상 정규분포 곡선을 그리며 쌓인다. 개별 랜덤워크의 집합이 결정론적 분포를 만들어 낸다는 이 이미지는 바슐리에가 주가의 미래 분포를 왜 정규분포로 가정했는지, 그리고 왜 시간이 지날수록 분포가 넓어진다고 봤는지를 한눈에 설명해 준다.

갈턴 보드와 정규분포

8. 브라운 운동, 아인슈타인, 그리고 확산방정식의 재발견

바슐리에가 유도한 주가 분포 공식은 사실 1822년 조제프 푸리에(Joseph Fourier)가 열이 고온부에서 저온부로 퍼지는 과정을 기술한 확산방정식(diffusion equation)과 정확히 같은 형태였다. 주식을 예측하려다 열 방정식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다만 바슐리에는 그것을 "방사 방향 확률 분포"라고 불렀다.

같은 수학이 자연계에서는 훨씬 오래된 수수께끼도 안고 있었다. 1827년 스코틀랜드 식물학자 로버트 브라운(Robert Brown)은 현미경으로 물 위의 꽃가루 입자가 이리저리 튀는 것을 발견했다. 꽃가루가 살아 있어서 그런가 싶어 용암 먼지, 운석 가루 등 명백히 죽은 물질로도 반복 실험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이 이유는 80년 뒤 1905년 아인슈타인에 의해서야 규명된다. 물 속의 무수한 분자들이 매순간 사방에서 입자를 두드리며, 어느 순간 한쪽 방향에서 더 많이 부딪히면 입자가 툭 튀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개별 충돌을 예측하지 않고 확률적으로만 다루는 방식으로 브라운 운동의 수학을 완성했다. 결과적으로 미소 입자의 위치는 시간이 갈수록 정규분포를 따르며 퍼져 나간다. 이 과정을 기술하는 방정식이 다시 확산방정식이다. 바슐리에는 아인슈타인보다 5년 앞선 1900년 박사 논문에서 이 수학을 주식이라는 대상 위에 먼저 세워 놓았다. 물리학계가 그 사실을 눈치채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는 것이 이 대목의 아이러니다.

확산방정식과 브라운 운동

9. 에드 소프: 블랙잭 카드 카운팅에서 델타 헤지까지

1950년대 로스앤젤레스, 물리학 박사 과정생 에드 소프(Ed Thorp)는 라스베이거스가 도박의 성지가 되어 가는 것을 보고 그곳에서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딜러들이 카드 한 벌만 쓰는 방식을 이용해 그는 카드 카운팅을 창안한다. 지금 판이 자신에게 유리한지를 실시간으로 계산해 유리할 때 판돈을 키우는 전략이었다. 얼마 뒤 카지노가 눈치를 채고 여러 벌의 카드를 섞어 대응하자 소프는 그 자본과 사고방식을 그대로 주식시장으로 옮긴다. 그의 헤지펀드는 이후 20년 동안 매년 20% 이상 수익을 냈다.

영상은 소프가 개척한 델타 헤지(delta hedging)를 이해하기 쉬운 예시로 설명한다. 철수가 영이에게 콜옵션을 팔았고, 주가가 올라 영이가 수익 구간에 들어섰다고 하자. 이제 주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철수는 1달러를 잃는다. 이때 철수가 주식 한 주를 미리 보유하고 있으면 그 위험이 상쇄된다. 주가가 다시 떨어져 옵션이 무의미해질 조짐이 보이면 주식을 팔아 정리한다. 이렇게 필요한 주식 수(델타)를 그때그때 조정해서 위험을 상쇄하는 것이 델타 헤지이며, 이는 옵션 가격을 이론적으로 정확히 산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소프는 이 원리를 1960년대 중반에 스스로 정립했지만 밖으로 공개하지 않고 자신과 자기 투자자들의 수익을 위해 사용했다.

에드 소프

10. 블랙-숄즈-머튼 방정식과 파생상품 시장의 폭발

1973년, 피셔 블랙(Fischer Black)마이런 숄즈(Myron Scholes)가 산업 전체를 바꿔 놓을 옵션 가격 방정식을 발표했고, 거의 같은 시기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이 확률 미적분에 기반한 독자 유도를 내놓았다. 이들의 접근도 델타 헤지에서 출발한다. 옵션과 주식을 조합해 위험이 없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면, 효율적 시장에서 그 포트폴리오의 수익은 반드시 무위험 자산인 미국 국채 수익률과 같아야 한다. 리스크 없이 그보다 더 벌 수는 없다는 것이 대전제였다. 이 논리를 편미분방정식으로 풀어내면 옵션의 공정 가격을 명시적 함수로 얻는 공식이 나온다. 이것이 블랙-숄즈-머튼 방정식이다. 사이먼스가 몰두하던 학술적 아이디어가 산업 현장에 이식된 결정적 순간이었다.

이 공식은 옵션에 국한되지 않았다. 신용부도스와프(CDS), 장외 파생상품, 증권화 채무 등 각각이 수조에서 수십조 달러 규모인 시장 전체가 이 논리를 확장해 만들어졌다. 영상은 파생상품 시장의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수백조 달러 수준이며, 이는 그 파생상품의 근거가 되는 실물 증권의 몇 배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원본보다 원본을 참조하는 종이가 더 많아진 셈이다. 옵션이 하나의 자산을 5개, 10개, 20개, 50개의 다른 위험·보상 프로필로 재포장해 주기 때문이다. 화자는 이 시스템이 정상 시장에서는 유동성을 공급해 안정성을 높이지만, 시장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모든 상품이 한 방향으로 무너지면서 폭락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이중성을 갖는다고 정리한다. 1997년 머튼과 숄즈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았고, 블랙은 그 직전 세상을 떠나 수상하지 못한다.

블랙-숄즈-머튼 방정식

11. 게임스톱 사태로 본 옵션 레버리지의 실전 위력

공식 하나가 시장을 얼마나 격렬하게 흔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최근 사례가 게임스톱(GameStop)이다. 레딧 커뮤니티 월스트리트베츠(Wall Street Bets) 사용자들이, 이 회사가 망한다는 데 베팅한 헤지펀드를 응징하겠다며 주식을 매집했다. 그런데 주식 매수만으로는 부족했다. 같은 1달러로 살 수 있는 주식은 1달러어치지만, 그 1달러로 살 수 있는 옵션은 20달러어치 주식에 해당하는 노출을 만들어 낸다. 개인들이 주식과 옵션을 동시에 사들이자 가격은 폭발적으로 튀어 올랐고, 공매도한 헤지펀드들은 짧은 시간에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이 사태의 물리학은 결국 블랙-숄즈-머튼이 열어 놓은 파생상품 시장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게임스톱 사태

12. 다시 짐 사이먼스: 냉전 암호 해독가가 만든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공식이 시장을 열자 시장은 더 미세한 비효율을 찾아 나서야 했다. 그때 다시 등장한 인물이 짐 사이먼스이다. 사이먼스는 원래 리만 기하학(Riemannian geometry)으로 1976년 오스월드 베블런 기하학상을 받은 정통 수학자였다. 그의 이론은 매듭 이론과 양자장 이론, 나아가 양자 컴퓨팅의 수학적 토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런 학자가 1978년에 르네상스 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ies)를 설립하고, 머신러닝으로 시장에서 돈을 벌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시 정설은 시장이 너무 복잡해서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이먼스는 냉전 시절 미국 국방분석연구소(IDA)에서 방대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 소련의 암호를 해독한 경력이 있었다. 그때 사용한 방법론이라면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학계 인맥을 총동원해 물리학·천문학·수학·통계학 박사들을 뽑아들였다. 화자는 이 결정을 두고 "수학과 물리학이 금융에 얽히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금융은 조교수 월급보다 훨씬 잘 준다"고 말한다.

짐 사이먼스와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13. 은닉 마르코프 모델과 효율적 시장 가설의 반박

르네상스에는 초창기 머신러닝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레너드 바움(Leonard Baum)도 있었다. 그가 개발한 은닉 마르코프 모델(Hidden Markov Model)은 아인슈타인이 꽃가루의 움직임을 확률로 모델링했던 것과 같은 발상의 확장이었다. 관측되는 데이터 뒤에 숨어 있는 상태를 추론해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브라운 운동의 수학이 다시 금융의 심장으로 돌아온 것이다.

비슷한 시기, UCLA의 브래드퍼드 코넬(Bradford Cornell) 교수는 효율적 시장 가설이 애초에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검증했다. 1988년 그가 발표한 논문은 미국 주식시장 데이터에서 효율적 시장 가설을 통계적으로 기각했다. 즉 시장에는 예측 가능한 구조가 존재하며, 훈련된 사람은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사이먼스가 이 시기에 정확히 그것을 실증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흥미로운 역설 — 화자는 이 대목에서 시장의 본질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주식시장의 패턴을 몽땅 밝혀내는 순간, 그 규칙들은 곧바로 힘을 잃고 사라진다." 누군가 통계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 매매를 시작하면, 그 매매 자체가 가격에 반영되어 패턴을 무너뜨린다. 시장은 자신의 비효율을 아는 이들에 의해 스스로 효율화되는 자기소멸적 시스템이다. 이것이 바로 시장이 완전히 효율적이지도, 완전히 예측 가능하지도 않은 상태로 계속 유지되는 이유다.

은닉 마르코프 모델

14. 물리 공식이 AI 시대까지 바꿔놓은 이유

다큐멘터리의 마지막은 뜻밖의 반전이다. 브라운 운동과 확산방정식을 6개월 넘게 공부했다는 화자는, 요즘 AI가 이미지와 동영상을 만들 때 쓰는 디퓨전 모델(Diffusion Model)의 수학이 바로 이 확산방정식이라고 말한다. 노이즈에서 점차 이미지가 떠오르는 과정을 확률적 확산의 역과정으로 다루는 것이다. 200년 전 열의 흐름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식이, 100년 전 옵션 가격을 정하기 위해 재발견되고, 20세기 후반 헤지펀드의 무기가 되었으며, 21세기 인공지능이 사람의 얼굴과 세계를 생성해 내는 도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화자는 이 사실을 두고 "결국 물리 공식이 금융 시장도 바꾸고 AI 시대도 바꾸고 있다"고 정리한다. 그리고 이 순환이 다큐멘터리가 처음에 걸어 놓은 도발 — 이 방정식은 얼마짜리인가? — 에 대한 진짜 답이 된다. 특정 시장에서 얼마를 벌었느냐가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얼마나 갈아 끼웠느냐로 답해야 하는 것이다.

확산방정식이 AI로

핵심 요약 (Takeaways)

이 영상을 본 뒤 챙겨야 할 실질적 인사이트
  1. 시장의 알파는 언제나 학계에서 온다. 뉴턴은 실패했지만, 파리 대학의 무명 박사(바슐리에), 라스베이거스의 물리학도(에드 소프), 리만 기하학자(짐 사이먼스)가 순서대로 시장을 정복했다. 시장을 이기는 도구는 시장 안이 아니라 밖에서 만들어진다.
  2. 옵션의 세 가지 장점(손실 상한·레버리지·헤지)은 개인 투자자에게도 유효한 위험 관리 도구다. 다만 옵션은 원금 전체 손실 가능성을 동반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뉴턴이 재산 3분의 1을 잃은 이유는 시장을 몰라서가 아니라 익절 후 재진입, 하락시 물타기 등의 심리 문제였다.
  3. 파생상품 시장 규모(수백조 달러)가 실물 시장의 몇 배라는 사실은 위기 국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상 시장에서는 유동성 공급자로 작동하지만, 스트레스 국면에서는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무너지며 폭락을 증폭시킨다. 개인의 포트폴리오도 파생상품이 어디에서 어떻게 얽혀 있는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4. 효율적 시장 가설은 통계적으로 이미 기각됐다. 훈련된 사람은 이길 수 있다. 다만 "훈련"의 실체는 매수·매도 타이밍 감이 아니라 암호 해독 수준의 데이터 분석 역량과 인프라다. 개인이 사이먼스와 같은 링에서 싸울 수는 없다는 뜻이다.
  5. 게임스톱 사례에서 배울 것은 "옵션의 자연 레버리지"다. 소액 자본으로 대규모 노출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개인에게는 무기이자 함정이다. 특히 콜옵션 매수는 하방 위험이 프리미엄으로 제한된 반면, 매도자는 이론상 무한 손실 위험을 진다는 비대칭성을 이해해야 한다.
  6. 가장 지속 가능한 알파는 시장 밖 도구의 이식이다. 사이먼스는 냉전 시절 암호 해독 방법을 시장으로 옮겼고, 오늘날 우수한 트레이더들은 물리학·통계학·머신러닝을 옮긴다. 개인 투자자라면 자기 직군의 지식을 시장 이해에 어떻게 이식할지 고민하는 편이 종목 추천을 좇는 것보다 훨씬 큰 알파를 남긴다.
  7. 같은 수학이 시대를 바꿀 때 그 수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두 번 이긴다. 확산방정식은 물리학, 금융, AI에서 각각 다른 부를 만들어 냈다. 지금 AI를 이해한다는 것은 20년 전 블랙-숄즈-머튼을 이해한 것과 같은 위치에 서는 것일 수 있다.

참조